
사람들이 술을 덜 마시는 것은 좋은 변화일 수 있다. 그런데 그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위기가 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반 상권이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쇠퇴했다는 글을 두고 흥미로운 댓글들이 이어졌다.
“일단 술을 먹어야 2차, 3차로 돈을 쓰는데 그게 큰 듯.”
“재미있는 게 많아져서 생식행위의 필요성과 빈도가 크게 감소함.”
“술집 하는 제 친구 말이랑 엄청 비슷하긴 하네요.”
이어진 댓글은 더 구체적이었다.
“커플 술 마신다 → 모텔 간다 → 편의점에서 술이랑 안주거리 사 간다 → 아침에 해장국 먹는다 → 모닝커피 마신다. 5개 업종이 타격받네요.”
다소 과장과 농담이 섞인 댓글이지만 경제적으로 흥미로운 지적이다.
한 번의 술자리가 술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숙박업, 편의점, 음식점, 카페까지 연결되는 소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반응이 많다.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 술을 안 마시는 것일까? 아니면 술을 마시며 사람을 만나던 문화 자체가 바뀐 것일까?

1. “술을 안 마시니 2차·3차도 없다” — 골목상권을 움직이던 연쇄 소비의 감소
댓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원인 중 하나는 술자리 문화의 변화였다.
“예전에는 회식이 끝나면 2차, 3차까지 가는 게 당연했다.”
“요즘은 친구를 만나도 밥 먹고 카페에 간다.”
“대학가 건물에 술집이 있던 자리가 스터디카페와 헬스장으로 바뀌었다.”
한 이용자는 2010년대에는 주말마다 남녀 커플이 많이 찾았던 술집에 이제 그런 손님이 거의 없다는 지인의 이야기도 전했다.
이러한 댓글에는 과거 골목상권이 어떤 소비에 의존해 왔는지가 드러난다.
과거의 회식이나 친구 모임은 단순히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1차 식당에서 식사와 술을 주문하고, 2차 술집으로 이동하고, 때로는 노래방이나 다른 장소까지 소비가 이어졌다.
경제적으로 이를 ‘연관 소비’ 또는 ‘파생수요’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나의 소비활동이 다른 업종의 매출까지 만들어 내는 것이다.
특히 술은 식당 입장에서 중요한 추가 매출원이 될 수 있었다. 음식 한 번 주문으로 끝나는 손님과 술을 곁들이며 오래 머무르는 손님의 객단가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술자리 횟수뿐 아니라 한 번 모였을 때 이동하는 장소도 줄었다는 반응이 나타난다.
질병관리청이 2026년 발표한 지역사회건강조사 분석에서도 최근 10년간 남성의 고위험음주율이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성은 30대 이상에서 고위험음주율이 증가했으므로 모든 사람이 술을 덜 마신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술자리 한 번이 여러 가게의 매출을 만들어 내던 소비 방식이 일부 집단에서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술집 하나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주변 음식점과 다른 야간 업종의 매출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이유다.

2. “소주 한 병 5천 원이면 집에서 마신다” — 코로나가 바꾸고 물가가 굳힌 소비 습관
댓글에서는 코로나19가 가장 큰 변곡점이었다는 의견도 반복됐다.
“코로나가 술문화를 20년은 앞당겨 바꾼 것 같다.”
“강제로 회식을 못 해보니 안 해도 회사가 잘 돌아간다는 걸 알게 됐다.”
“코로나 이후로 다들 굳이 사람을 만나야 하느냐는 상태가 됐다.”
이 반응들은 중요한 사회현상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회식이나 술자리가 인간관계와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하나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모임이 중단되면서 사람들은 술자리 없이도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됐다.
이후 모임이 다시 가능해졌지만 이전의 관행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다는 것이 댓글 작성자들의 체감이다.
여기에 가격 부담이 더해졌다.
“소주 5,500원을 보고 반 병만 마셨다.”
“친구 둘이 삼겹살에 소맥을 먹으면 7만 원이다.”
“밖에서 술 마실 돈이면 집에서 배달음식과 위스키를 먹겠다.”
소비자가 술 한 병의 가격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식사비, 교통비, 2차 비용까지 합친 외출비용을 계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술집 사장들이 단순히 가격을 내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판매가격을 낮추면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
반면 소비자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방문을 줄인다.
이것이 골목상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순환이다.
여기에 취미생활의 변화도 겹친다.
댓글에서는 넷플릭스, 게임, 운동, 피규어 수집, 해외여행 등에 돈을 쓴다는 반응이 등장했다.
과거에는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는 것이 대표적인 여가활동이었다면, 이제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훨씬 많아졌다.
코로나가 기존 술자리의 관성을 끊었다면, 높은 외식비와 다양한 여가활동은 그 변화를 지속시키는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경제적 여유가 없어 소비를 줄였다는 댓글도 적지 않다. 따라서 문화 변화만으로 모든 상권 침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3. “술집은 비는데 카페는 붐빈다” — 소비가 사라진 것인가, 이동한 것인가
댓글에서 가장 흥미로운 논쟁은 모든 소비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었다.
“비싼 커피집과 디저트 가게는 잘된다.”
“술에서 카페로 메타가 완전히 넘어간 것 같다.”
“술집은 줄었지만 취미생활 용품이나 굿즈 가게에는 사람이 많다.”
반면 다른 이용자들은 일반 상권의 공실이 늘고 있으며, 명동·성수·해운대처럼 유명한 곳에만 손님이 몰린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 댓글에서는 대구 동성로의 술집이 손님으로 가득했다고 했고, 다른 댓글에서는 자신의 동네에 비어 있는 상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 상반된 경험은 소비가 지역과 업종에 따라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8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7.6% 증가했다.
여기서 음식서비스는 온라인 주문·배달 중심의 거래를 뜻한다. 이 수치가 곧바로 오프라인 술집 매출 감소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가 줄어드는 업종이 있는 반면 다른 경로에서는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다.
실제로 댓글에도 홀 영업을 접고 배달에 집중한 뒤 장사가 괜찮아졌다는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두 가지 경제적 문제를 만든다.
첫째는 업종 간 소비 이동이다.
술집에서 쓰던 돈을 카페나 취미생활, 여행에 사용한다면 경제 전체에서 소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술집과 그 주변 상권에는 매출 감소가 발생한다.
둘째는 지역 간 소비 집중이다.
사람들이 SNS에서 유명한 장소를 찾아 이동하면 특정 관광지나 인기 상권에는 손님이 몰리지만 평범한 동네 상권은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에 젊은 인구 감소, 청년 취업 불안, 주거비 부담까지 겹치면 과거의 소비 패턴을 전제로 운영하던 가게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술을 덜 마시는 것이 나쁜 일일까?
그렇게 볼 수는 없다.
댓글에서도 과도한 음주와 술 강요가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있었다.
건강과 개인의 시간, 주취 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음주문화의 변화는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그 변화로 매출을 잃는 자영업자와 종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외면할 수 없다.
개인에게 좋은 선택이 기존의 특정 산업에는 경제적 충격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번 댓글에서 드러난 중요한 경제적 딜레마다.

결론: 골목상권의 위기는 불황만이 아니라 생활방식의 변화다
이번 댓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것은 단순히 돈이 없다는 불평이 아니었다.
“굳이 술을 마셔야 하나?”
“굳이 2차까지 가야 하나?”
“굳이 밖에서 비싼 돈을 써야 하나?”
과거에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소비활동에 사람들이 하나둘 질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런 반응이 전국 모든 소비자의 행동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경제 상황과 지역에 따라 술집이 여전히 붐비는 곳도 있다.
그러나 회식과 연애, 술자리와 야간 외식에 의존하던 상권이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생각해 볼 문제다.
앞으로의 골목상권은 과거처럼 손님이 자연스럽게 2차, 3차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보다 변화한 소비자의 생활방식에 맞춰 새로운 방문 이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경제 정책 역시 단순히 소비를 늘리자는 주장보다 어떤 소비가 줄고, 어떤 소비가 늘며, 그 변화가 누구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야 한다.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멀어졌지만 돈을 쓸 이유까지 모두 잃은 것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달라졌는데, 과거의 소비 방식에 의존하던 상권이 그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느냐다.
어쩌면 골목상권의 진짜 위기는 사람들이 술을 안 마시기 시작한 순간이 아니라, 술 없이도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 질병관리청, 최근 10년간 음주 행태 분석, 2026.07.27.
- 국가데이터처, 2026년 8월 온라인쇼핑동향, 2026.10.01.
- 2026년 8월 14일자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이미지 및 추가 댓글 자료.